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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아름다운 곳 본 죄, 어찌하나……
누군가의 노랫말대로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먹고 자고 입고 싸고 가끔 책 나오고… 별 문제 없다. 낙동강 상류로 답사를 가던 그날도 내 걱정은 그래봤자 심하게 인상된 건강보험료와 마감을 넘긴, 그런데 쓰지 못한 원고들 걱정 정도였으니, 난 참 걱정 없는 인간이다. 그런데 항상 걱정 많은 듯 불안하다.

올해는 여름 내내 이포보 농성을 지켜보며 진이 빠지도록 걱정을 했다. 정작 농성자들은 자신들보다는 물고기와 물새, 강의 생명들을 걱정해달라는데… 사람 걱정이 먼저였다. 나 자신이 평화로운 일상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소시민이기에 그들의 일상파괴와 더위, 배고픔, 생고생이 마음에 와 닿았나보다. 이포보로 쫓아가고 돈 보내고 상황실에 어쨌든 참여도 해보고… 그랬던 여름을 보내서일까? 초록의 공명이란 이름으로 열심히 보내오는 낙동강 상류의 소식들, 경천대를 파헤치는 사진에도 약간은 무감했던 것 같다. 가을이 시작될 즈음 강남서초환경운동연합에서 하는 강 살리기 봉은사 바자회를 다녀왔고 그 연장으로 직접 낙동강상류를 보러가는 버스에 올랐다.

아침 8시 30분에 양재에서 출발한 버스는 11시에 상주에 닿았다. 생각보다 빠르다. 상주니 예천이니 예전에는 오지처럼 멀게 느껴졌는데… 그만큼 도로가 팡팡 뚫린 게다. 11월 20일, 가을이 무르익은 토요일, 맨 살을 드러낸 듯 무방비로 누워있는 산과 강, 들판을 보며 이제 도로도 그만 뚫고 삽질도 그만했으면 하고 생각했다. 가는 곳마다 삽차와 트럭이 가득해 아찔했다.

상주에 닿자마자 ‘상주 강과 습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무국장님을 만나 설명을 들었다. 정부는 낙동강, 한강, 영산강, 금강에 16개의 다국적 기능보를 만들고 있는데 갈 때 마다 모습이 달라져 공사진행 속도가 무척 빠름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우리가 간 20일에는 이재오장관도 공사독려차(국민들이 잡소리 않게 삽질 빨랑빨랑 마무리 지으라고 재촉하러…) 그 지역현장에 왔다고 했다.

강창교를 지나 낙동강 상류 강창보 현장을 구경했다. 한눈에 들어오는 포크레인이 열대가 넘는 것 같다. 그런 포크레인 군단이 곳곳에 여럿이다. 모래를 파내 강둑을 높이는 중이다. 참혹한 풍경이다. 사무국장님 말로는 모래직접채취는 불법이라고 했다. 한국전쟁 이후 파낸 모래의 양보다 지금 파내는 모래의 양이 더 많다고 했다. 불법을 감행해서라도 국민들이 의견을 모으고 힘을 모으기 전에 공사를 끝낼 작정인 게다.

얕고 맑고 잔잔하게, 혹은 여울에서 소용돌이치며 흐르던 물은 합성세제를 푼 것처럼 뿌옇고 퍼렇다. 그 위로 새들이 난다. 도요물떼새종류다. 20여 마리…. 문득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하고 읊던 윤동주시인이 생각났다. 인체실험을 하던 일제 강점기를 피해 태어났어도 시인은 괴롭고 또 괴로웠을 게다. 지금은 ‘모든 죽어가는 것들’이 아예 사라지는 시대다. 며칠 전에는 강가였지만 이제 매립지가 된 곳에서 노랑할미새 한 마리가 꼬리 깃을 까딱이며 총총 뛰어다닌다. 파헤쳐진 흙속에 먹을 게 많은 모양이다.

다리 하나를 넘으니 예천군이다. 회상뜰을 보고 엉뚱한 자리에 자전거박물관을 짓고 있는 모습을 멍하니 본다. 아름다운 풍광을 없앤 자리에 사람들의 놀이터만 늘어난다. 모든 곳에 권력과 돈이 깃들어야 살만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놀이터다. 태백산과 소백산에서 발원한 낙동강 상류는 모래밭이 특징이라 했다.

강이 굽이굽이 흐르며 사방에 모래밭을 만들어 놓았다. 점심을 먹고 낙동강이 시작된다고 세운 ‘시원석’ 앞에서 모두 함께 사진을 찍었다. 낙동강 칠백리가 시작된다는 그곳에는 오히려 강이 잠깐 흐름을 늦추고 만든 억새와 물풀 가득한 습지가 많아 수변경관이 좋았다. 오리류 10마리가 여울에서 먹이를 잡아먹고 있다. 백로들은 14마리가 논 한 자락에 모여 있다. ‘낙동강 살리기’ 플랭카드가 크게 걸려있는 34공구를 지나고 삼강주막을 지나고 삼강교를 지났다. 삼강교에서는 내성천과 안동천이 만나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모습을 관찰했다. 내성천은 손을 대지 않았다. 영주에서 시작한 내성천은 여울과 습지, 굴곡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수많은 생명을 품고 흐르고 있다고 했다.

사무국장님 말씀으로는 내성천은 물고기도 많고 야생동물의 똥과 발자국도 널려있다고 했다. 대신에 반대쪽은 삽질에 패이고 상처 입은 모습이다. 삼강교를 지나면서 우리는 팔뚝만한 물고기가 물을 거슬러 내성천 쪽으로 가는 모습을 보았다. 아마도 낙동강으로 흘러들다가 “이크! 난리 났구나” 하며 깜짝 놀라 상류로 되돌아가는 듯 했다.

상주에서 본 감나무들이 무르익은 가을을 실컷 느끼게 했는데..... 예천에서는 갑자기 뚝 떨어지듯 지는 해에 가을을 또 실감한다. 산에 오르고 멀리서 회룡포의 모습을 ‘감상’하고 그 너머로 내려오니 해가 졌다. 어둑해지는 둘레, 몇 채 되지 않는 집의 굴뚝마다 내뿜는 연기, 축축하고 서늘한 느낌… 모든 것이 하나의 감동을 향해가는 듯 했다.

회룡포의 다리를 건너고(구멍이 뿅뿅 나있는 철판을 이어 만든 다리였다.) 넓디 넓은 모래밭에 닿았을 때 ‘팡!’ 혹은 ‘쩡!’하니 떠오른 보름달, 그 아래 강이 굽이쳐 흐르고 그 강을 어루만지듯, 보듬듯 놓여 있는 모래밭의 풍경! 아름다웠다. 깜깜해 질수록 달은 밝아오고 흐르는 강물과 모래밭이 더 선명해졌다. 코끝에 느껴지는 맑고 청아한 강 냄새와 기분 좋을 만큼만 축축하고 서늘한 공기조차 영원히 기억에 담아두고 싶은 그런 시간이었다. 함께 간 사람들이 문득 정답게 느껴지는, 할 수 있다면 맨발로 둘레둘레 손잡고 춤이라도 추고 싶은 그런 아름다움이었다.

돌아와 시간이 지나고 온갖 일들이 있었다. 일상의 소소한 걱정과 사건들, 여전히 낙동강이 파헤쳐지는 모습이 메일로 전송되어 오고.... 외롭게 차가운 거리에 선 스님들, 사제단들, 시민들의 소식도 듣고 본다. 아름다운 곳을 보고 온 죄가 크다.

시인의 표현대로 ‘나는 괴로워했다’ 아름다운 곳을 보고 온 죄가 크고 당장에 어찌하지 못하는 죄가 크다. 사라져가는 강의 생명들과 아픈 강가에 서있는 사람들 때문에, 안하무인 삽질을 멈추지 않는 정권 때문에 괴롭고 또 괴롭다. 아름다운 곳을 보고 온 것도 죄가 되는 세상! 어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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